에세이 내일을 위한 이야기나는 아직도 만드는 일이 좋다 · 02

스물네 살부터, 내 곁에 있던 사람

내가 시작한 일들에는 여러 번 끝이 있었다. 그 시간 옆에는, 스물네 살부터 같은 사람이 있었다.

이 글의 목차 5개의 이야기

아내는 지금도 내가 성공할 거라고 말해준다.

그 말을 들으면 고맙다. 그리고 조금 뒤에 미안한 마음이 따라온다. 잘되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고, 그 말을 할 때마다 진심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생활을 아직 충분히 만들어주지 못했다. 응원을 받으면서도 편하게 웃기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내가 스물네 살일 때부터 만났다. 첫 회사에 들어가기 전의 나를 아는 사람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되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고, 문을 닫는 동안에도 곁에 있었다. 서른하나에 결혼했다. 내가 시작했던 일들은 이름과 모습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 옆에는 계속 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 이야기를 하려면 내 이력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세어야 한다. 어느 회사에서 몇 년 일했는지로는 함께 살아온 시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새 일을 시작한 때와 그 일이 끝난 때 사이에도 우리는 만나고 있었고, 결혼한 뒤에는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내게는 사업의 시작과 끝이었던 날들이 아내에게는 어떤 날들이었을까.

나는 내 선택을 설명하는 데 익숙하다. 왜 회사를 나왔는지, 왜 그 사업을 했는지, 왜 이번에는 가능성이 있는지. 그런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선택을 함께 겪는 사람의 시간을 알고 있다는 것은 다르다. 오래 함께 살았는데도 내가 더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미래의 나에게 맡겨둔 결혼 준비

결혼할 무렵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다. 열심히 하면 한 만큼 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고, 일을 맡기려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직장에 다닐 때보다 수입을 늘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장점이었다.

문제는 수입이 늘 때 씀씀이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어떤 지출을 얼마나 쉽게 만들었는지 지금은 돌아보게 된다. 돈을 잘 벌고 있다는 느낌이 남겨둔 돈의 양까지 설명해주지는 않았는데, 당시에는 그 차이를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

막상 결혼을 준비할 때 쌓아둔 돈은 부족했다. 현대자동차 상주 일을 하며 받은 돈에 신용대출과 현금서비스까지 더했다. 그렇게 간신히 집을 마련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고 있는 집이다.

집을 구했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해결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함께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앞으로 벌어서 갚아야 할 돈, 예상대로 일이 이어져야 한다는 조건, 잠시 쉬고 싶어도 쉽게 쉴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미래의 내 노동을 미리 많이 가져다 쓴 셈이었다.

그때는 내가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지금까지도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 자체가 모두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능력을 믿는 것과 우리 두 사람의 생활에 얼마만큼의 여유를 남겨두는 것은 별도의 문제였다. 나는 앞의 믿음으로 뒤의 준비를 대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이 산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계획의 영향을 다른 사람도 받는 일이었다. 혼자라면 내가 조금 더 일하고 조금 덜 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혼한 뒤에는 내 계획이 틀어졌을 때 같이 기다려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무게를 머리로 아는 것과 생활 속에서 매번 기억하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 집에 관한 기억을 모두 부족했던 준비로만 채울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집에서 결혼한 뒤의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딸과 함께 산다. 자금 계획에는 실패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살아온 생활까지 실패였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 차이도 잊고 싶지 않다. 잘못한 선택을 돌아보는 일이 함께 살아온 기쁨까지 작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닷새를 서로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카풀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 창업 멤버이자 CTO로 합류한 뒤에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몰두했던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집에 닷새 동안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아내는 혼자 있었고 나는 회사에서 일했다.

오랫동안 나는 그 사실을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설명하는 장면으로 기억했다. 잠깐 듣는 사람도 그 말에서 일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문장을 조금 천천히 읽게 된다. 집에 닷새 동안 들어가지 못했다. 그 문장에는 내 노동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회사에서 보낸 닷새였고, 아내에게는 남편 없이 보낸 닷새였을 것이다. 나는 내가 그때 무슨 생각으로 일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 아내의 시간은 아내가 들려줘야 한다. 외로웠을 거라고 짐작하는 것만으로 그 시간을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여러 마음이 함께 나온다. 만드는 서비스가 잘됐으면 했고, 내 역할을 잘해내고 싶었고,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가족에게 더 좋은 생활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앞으로 잘되기 위해 지금을 많이 써야 하는 시기처럼 느꼈을 수 있다.

일에는 그런 설명이 붙기 쉽다. 지금만 지나면, 이것만 마무리되면, 이번 기회가 자리 잡으면. 각각의 일에는 실제로 급한 이유가 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인다. 반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마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 못해도 내일 할 수 있을 것 같고, 오래 함께 살 거니까 나중에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 나중을 너무 넓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과 오늘의 시간을 뒤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은 같지 않았다. 어떤 시기의 우리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피곤함과 기대, 불안과 작은 즐거움은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습이 된다. 나중에 충분히 쉬게 해준다고 해서 같은 시간을 돌려줄 수는 없다.

이것을 깨달았다고 지금 내가 늘 가족을 잘 챙기는 사람이 됐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일을 좋아한다.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더 해보고 싶다. 그래서 이런 생각은 한 번 정리하고 끝낼 수 있는 결론보다, 자주 돌아봐야 하는 질문에 가깝다. 오늘 내가 미루고 있는 것은 정말 내일 해도 같은 일일까.

잘되면 해주겠다는 말의 긴 그림자

회사가 매각된 뒤에도 내 생활이 안정되는 쪽으로 곧장 흘러가지는 않았다. 지분에 따른 돈을 받았고, 그 돈을 다음 사업에서 잃었다. 다시 기회를 얻기도 했고 다른 회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바깥에서 보면 여러 번의 도전일 수 있지만, 함께 사는 사람에게는 생활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다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계속 성공하고 싶었다. 나를 믿어준 사람에게 결과로 답하고 싶었다. 특히 아내에게는 더 그랬다. 괜찮은 생활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지금까지의 응원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커질수록 오히려 지금의 나를 부족한 사람으로만 보게 될 때도 있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으니 아직 갚지 못했다는 계산이 마음에 남는다.

그 계산에는 빠지는 것들이 있다. 아내가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상을 편안하게 느끼는지,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결과를 먼저 크게 그린 뒤 거기에 아내의 행복도 함께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생활을 혼자 설계할 수는 없다.

오래 만났으니 서로 잘 안다는 생각도 조심스러워진다. 스물네 살의 나를 알던 아내는 지금의 나와 함께 살고 있다. 그동안 나만 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래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계속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옛날의 기억으로 대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도 그 말이 어디로 가는지 돌아보고 싶다. 나 자신을 오래 탓하고 나서 다시 잘되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끝나면, 아내는 또 나를 응원하는 자리에 서게 되는 것 아닐까. 내가 고마움을 표현하려다가 오히려 내 마음을 달래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아주 큰 보답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돈 문제는 실제 문제이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와 함께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것, 혼자 판단하지 않고 같이 의논할 수 있는 것,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도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부 미뤄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말 몇 마디로 생활의 무게를 덜 수는 없다. 그렇지만 생활의 무게가 크다는 이유로 말까지 아껴두고 싶지는 않다. 아내의 응원이 내게 얼마나 큰 것인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래 함께한 사람에게도 설명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걱정이 끝나기 전에 아이가 왔다

2025년 6월 27일, 딸이 태어났다.

그 무렵 나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업을 하며 남은 돈 문제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다고 그 사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삶에 새 사람이 찾아왔다.

그런데 정말 행복했다.

이 말을 쓰면서도 그 앞에 어떤 설명을 더 붙여야 할지 잠깐 생각하게 된다. 힘든 상황인데 행복하다고 말해도 되는지, 현실을 너무 가볍게 보는 사람처럼 들리지는 않을지. 그러나 내가 느낀 기쁨은 분명했다. 딸이 태어났고, 나는 아빠가 됐다. 그 사실을 이야기하는 마음은 돈 이야기를 할 때의 마음과 달랐다.

예전에는 삶의 좋은 일들이 어느 정도 순서대로 오는 것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일을 자리 잡게 하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여유를 만든 다음에 다음 기쁨을 맞이하는 식으로. 실제 내 삶은 그렇게 정리된 순서대로 오지 않았다. 해결 중인 일들이 있는 채로 아이가 태어났고, 나는 걱정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행복한 사람이 됐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도 사실이고, 딸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도 사실이다. 어느 한쪽을 작게 만들어야 다른 쪽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두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더 분명하게 느낀다.

딸이 내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나의 일이다. 아이가 태어난 일을 내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사건처럼 쓰고 싶지도 않다. 딸은 딸의 삶을 살아갈 사람이고, 나는 그 곁에서 책임을 지는 아빠가 됐다. 그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히 큰 변화였다.

아내와 함께한 시간에도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오랫동안 연인이었고, 부부였고, 이제는 한 아이의 부모이기도 하다. 새로운 역할이 더해졌다고 예전의 두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딸의 부모로 살아가면서도, 서로에게 어떤 사람으로 곁에 있고 싶은지 계속 알아가야 할 것 같다.

나에게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일하는 것이 즐겁다는 마음도 남아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한다는 말 안에, 실제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언젠가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생각이 오늘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자꾸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처음부터 나를 알던 사람

아내가 처음 만났던 나는 아직 지금의 이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개발자로 회사에 들어가기 전이었고, 창업을 해보기도 전이었다. 나중에 몇 번의 실패를 겪을지, 어떤 일을 좋아하며 살게 될지, 어느 날 아빠가 될지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곁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내 이력서의 줄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회사 하나를 오래 다니지 못한 일, 다시 시작한 일, 잘되지 않은 일들 사이에도 계속 이어진 관계가 있었다. 내가 무엇을 이뤘는지로만 내 시간을 평가하면 잘 보이지 않던 부분이다.

그렇다고 아내의 응원을 내가 계속 위험을 감수해도 된다는 허락처럼 여기고 싶지는 않다.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내 판단을 더 가볍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혼자 결정하기 전에 한 번 더 이야기하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살피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할 이유가 되면 좋겠다.

나는 아직 그 일을 잘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내 마음이 먼저 앞으로 달려갈 때도 있을 것이다. 좋은 기회를 보면 다시 설렐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 설렘을 집에 가져와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혼자 결정한 뒤 잘될 거라고 설명하는 사람으로만 남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함께 살아온 시간에는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도 많을 것이다. 내 일 때문에 나중으로 밀린 이야기들, 아무 일도 없어 보였지만 지나고 보니 소중했던 날들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큰 성공만 바라보다가 이미 곁에 있던 시간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은 줄이고 싶다.

아내는 지금도 내가 성공할 거라고 말해준다. 나는 여전히 그 말에 고맙고 미안하다. 하지만 이제 그 마음 뒤에 한 가지를 더 놓아보고 싶다. 잘되기 전의 나도 오늘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스물네 살이었다. 아직 무엇을 할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지금도 내 편에 있다. 그 사실을 언젠가 크게 보답해야 할 빚처럼만 생각하지 않고, 오늘 같이 살아갈 힘으로도 받아들이고 싶다.

A NOTE FOR TOMORROW

오늘의 생각이
내일의 작은 변화로 이어지기를.

내일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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