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일을 위한 이야기나는 아직도 만드는 일이 좋다 · 03

다시, 혼자 만드는 시간

혼자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오래 일을 해온 사람에게, 다시 처음 같은 질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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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요즘은 그 질문이 자꾸 생긴다. 내가 오래 해온 개발 말고도 직접 살펴보고 싶은 분야가 생기고, 작은 형태로나마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다가 어느새 해보고 싶은 일을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마음이 반갑다.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어두운 마음으로만 일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지금도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예전의 선택에서 이어진 책임을 안고 있다. 그와 별개로 일은 재미있다. 지금의 가능성이 좋다.

그 말을 제대로 하려면 앞의 시간도 적어야 한다. 내가 혼자 일하게 된 것은 처음부터 잘 설계한 계획의 결과가 아니었다. 한때는 직원 열 명과 함께 일했다. 매출은 가장 많을 때 15억 원까지 갔다. 숫자만 적으면 꽤 잘된 회사처럼 보인다. 그 숫자 안에서 살던 내 생활은 달랐다.

2021년 5월, 새 법인을 만들었다. 그 뒤로 회사를 키워가는 동안 나는 일을 계속 가져와야 하는 사람이 됐다. 개발을 잘하는 것 외에도 매일 이어가야 할 일이 많았다.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넓히는 동시에, 내가 멈추기 어려운 이유도 늘어나는 일이었다.

15억이라는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

매출이 컸다는 말을 하면 그만큼 벌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처음부터 그 차이를 생활 속에서 충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장부 위에서 구분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차이를 매번 내 선택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돈이 들었다. 사람들이 일을 했고, 회사는 계속 움직여야 했다. 새 프로젝트가 생기면 앞으로 들어올 돈이 보였다. 그 돈을 생각하면 앞선 프로젝트에서 생긴 부족함도 메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음 프로젝트를 받아 이전 프로젝트를 메우는 일이 반복됐다.

겉으로 보면 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바쁘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놓게 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일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점점 중요해졌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끝내는 것만큼 그다음 일을 확보하는 일이 급해졌다.

그런 방식이 이어지면 좋은 소식의 의미도 달라진다. 새 일을 맡았다는 기쁨 속에 일단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가 섞인다. 일을 해서 여유가 생기는지 살피기 전에 당장의 빈 곳부터 메우게 된다. 다음 일을 받으면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다음 일을 생각한다.

나는 개발자로 일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문제를 만나면 풀고 싶었고, 맡은 일을 해내고 싶었다. 그 습관은 장점이기도 했다. 어려운 프로젝트라도 방법을 찾으려 했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회사를 운영할 때는 주어진 문제를 더 열심히 푸는 것 외에, 그 문제를 계속 맡아도 되는지 판단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내가 조금 더 일하면 된다는 생각은 익숙했다. 일이 안 돌아가면 더 붙들고, 돈이 모자라면 다음 일을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방식으로 해결한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오래 같은 방식을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해왔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계속 이어져야만 유지되는 구조는 한 번 끊겼을 때 약한 부분이 드러난다. 당시의 나는 내가 얼마나 벌고 있는지보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더 자세히 봤어야 했던 것 같다. 매출이라는 큰 숫자가 그 질문을 대신해주지는 않았다.

사람을 계속 데리고 있고 싶었던 마음

직원이 열 명까지 늘었다.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그 사람들을 내보내는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다. 다음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될 것 같았다. 지금 조금 어려워도 다시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을 적을 때는 나 자신을 너무 좋게 설명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게 된다. 사람을 생각해서 그랬다고만 말하면 따뜻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계속 함께 일하고 싶다는 내 마음과 제때 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였다. 마음이 있다고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결정 안에는 여러 것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도 있었고, 회사를 줄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일이 들어오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을지 모른다. 지나고 나서 그중 가장 좋은 이유만 꺼내 내 선택을 설명하면 솔직한 기록이 되지 못한다.

회사를 작게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결정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동안 키워왔다고 생각했던 것을 되돌리는 일이었다. 회사를 시작할 때는 커지는 것을 앞으로 가는 일로 보기 쉬웠다. 작아지는 것은 뒤로 가는 일처럼 느꼈다. 그 생각이 실제로 필요한 결정을 어렵게 만들었을 수 있다.

사람을 모으는 일은 시작할 때의 자신감으로 할 수 있다. 계속 함께 일하는 것은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지켜야 할 약속이다. 그 약속은 직원에게 월급날로 오고, 회사에는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돈으로 온다. 나는 미래의 프로젝트에 그 약속을 너무 많이 기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더 일하면 된다고 판단한 순간에 내가 더 쓰기로 한 것은 내 시간만이 아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도 들어 있었다. 내 선택을 믿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실은 지금 돌아볼 때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일이 끊겼을 때 남은 것

2024년부터 프로젝트가 중간에 끊겼다. 4월까지 직원들을 데리고 있다가 프리랜서 방식으로 전환했고, 7월까지 일을 이어갔다. 그렇게 방법을 바꾸며 버텼지만 결국 지급하지 못한 급여가 남았고, 노동청 신고와 민사 문제로 이어졌다.

내 입장에서는 힘든 생활이었다.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계속 남아 있다는 것은 마음을 쉽게 쉬게 하지 않았다. 한 가지가 끝나면 조금 나아질 것 같다가도 다음 일이 있었다. 내가 벌이는 일의 결과가 내 하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속 마주했다.

그렇지만 여기서 내 어려움만 길게 쓰면 빠지는 사람들이 생긴다. 돈을 제때 받지 못한 사람에게도 지출할 곳이 있었을 것이고, 각자의 생활이 있었다. 회사가 어려웠다는 설명을 듣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시간을 내 재기를 위한 배경으로 놓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 일을 아직 잘 정리한 사람으로 말할 수 없다. 미안한 마음과 책임을 인정하는 문장이 실제 해결을 대신하지도 않는다. 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실을 빼지 않는 것이다. 지금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 마음 앞에 남아 있는 일들을 함께 적는 것이다.

실패라는 단어는 가끔 너무 빨리 이야기를 닫는다. 사업에 실패했다는 말 안에는 많은 일이 들어가지만, 듣는 사람은 그 말을 하나의 끝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로는 회사가 이전처럼 움직이지 않게 된 뒤에도 이어지는 일들이 있었다. 조직의 모습이 달라지는 시점과 책임이 정리되는 시점은 같지 않았다.

2026년 4월이 되어서야 직원을 아무도 두지 않는 상태가 됐다. 열 명과 일하던 때에서 혼자 일하는 지금까지 한 번에 건너온 것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결정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미뤘던 판단의 결과를 만나는 시간도 있었다. 지금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하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긴 길이었다.

다시 재미있다고 말하기까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려니 잠깐 망설이게 된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일이 있는 사람이 새로운 가능성을 좋아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척한다고 현실이 더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요즘 새로운 도구를 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개발을 했어도 내가 직접 하기 어려운 분야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함께할 사람을 구하거나 비용과 일정을 맞춰야 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과 실제로 작은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것 사이에 여러 단계가 있었다.

지금은 그 간격이 전보다 가까워진 부분들이 있다. 모르는 분야를 들여다볼 수 있고, 작은 형태로 시험해볼 수 있다. 처음부터 사람을 모아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아도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크다. 혼자서 완벽하게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우선 확인해볼 수 있다는 여지가 좋다.

이 사이트도 그렇게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내 삶에서 일어난 일을 정리하고, 글로 만들고, 누군가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 개발자로 해온 것과 새로운 도구의 도움을 함께 써볼 수 있는 일이었다. 오래 알고 있던 내 분야가 다른 형태의 일과 만나는 과정이 재미있다.

외주 시장이 줄어든 것은 나에게도 현실이다. 새로운 도구 때문에 달라지는 일이 모두 편한 것만은 아니다. 다만 내 경우에는 개발을 해온 경험이 있고, 사람을 만나 일을 이야기하고 영업해온 시간이 있다. 그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나는 그 지점에서 지금의 기회를 본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사람의 가치가 줄었다는 말로 바꾸고 싶지는 않다. 함께 일했던 시간이 내게 남긴 것도 많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내 형편에 맞는 방식으로 다시 일을 해보는 것이다. 이전과 같은 규모를 빨리 되찾는 일이 꼭 첫 번째 목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번에는 시작보다 지속을 생각한다

돌아보면 새 일을 시작할 때마다 마음이 밝았다. 할 수 있는 일이 보였고, 이번에는 잘될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 설렌다는 사실만으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이미 의욕이 충분한 상태에서 여러 번 판단을 잘못했다.

예전에는 시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만들 수 있는지, 사람을 구할 수 있는지, 일을 가져올 수 있는지. 지금은 거기에 얼마 동안 계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붙이고 싶다. 한 번 해내는 것과 생활 속에서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다른 힘을 필요로 했다.

나에게 그 질문은 거창한 원칙보다 구체적인 일들에 가깝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이미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돈이 들어오기 전까지 무엇으로 버틸지. 만들고 싶은 것이 생겼다고 해서 지금 바로 모두 시작해도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는 일을 그만두거나 줄여야 할 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시작할 때 끝을 생각하면 의욕이 줄어드는 것 같아 피하고 싶을 수 있다. 나는 오히려 그 판단을 너무 늦게 했던 사람이다. 잘될 가능성만 보는 동안 지금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고 있는지 살피지 못했다.

아직 그 기준을 완벽하게 세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그런 질문을 피해 가지 않고 싶다는 기록이다. 다시 실패하지 않는 비법을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전에 내가 어떤 부분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는지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작게 만든 뒤 실제로 쓰이는지 보고, 더할 것이 있으면 더하고, 계속하기 어렵다면 멈추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내가 만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일이 들어온다는 이유만으로 그 일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내가 잘하는 것을 믿으면서도 그 믿음이 닿지 않는 범위를 살펴보기.

이런 생각을 하면 예전보다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빨리 시작해서 오래 수습해야 하는 시간을 겪었다. 이번에는 처음의 속도만으로 내가 잘하고 있는지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회사 밖에도 이어지는 하루

지금의 나에게는 딸이 있다. 오래 나를 응원해준 아내가 있다.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것처럼, 집에서 함께 보내고 싶은 시간도 있다. 예전처럼 가족을 위해 열심히 한다고 말하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계속 뒤로 미루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일에 대한 욕심이 모두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잘되고 싶다. 돈도 벌고 싶고, 내 능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그 마음을 없는 척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마음이 커질 때 나머지 생활이 자꾸 작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고 싶다.

매출이 가장 컸던 때가 내 생활이 가장 편안했던 때는 아니었다. 직원 수가 많았다는 사실도 내가 책임을 잘 감당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했다. 앞으로 무언가 나아지고 있는지 판단할 때는 다른 것들도 함께 봐야 할 것 같다. 약속한 돈을 제때 지급하는지, 맡은 일을 끝낼 수 있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다음 프로젝트만 걱정하고 있는지.

겉에서 잘 보이는 숫자는 설명하기 쉽다. 내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친다. 나는 이제 그 둘이 너무 멀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작은 일이어도, 그 일을 하는 내 생활이 버틸 수 있는 모양이면 좋겠다.

혼자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오면, 이제는 그 끝을 꼭 큰 규모로 상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쓰이고, 약속을 지키고, 다시 다음 날 이어갈 힘이 남아 있는 곳까지. 그런 하루가 조금씩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나는 아직 해결 중인 사람이다. 지난 일을 다 정리한 뒤 출발선에 새로 선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이어진 책임과 오늘의 일을 같이 안고 있다. 그래도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일도 이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이번에는 그 일을 마친 뒤에 돌아갈 생활도 함께 지켜보고 싶다.

A NOTE FOR TOMORROW

오늘의 생각이
내일의 작은 변화로 이어지기를.

내일의 문장
모든 이야기로 돌아가기